영장을 받아 든 자리에서 읽는 항목 압수수색영장을 제시받는 자리에서 문서를 끝까지 읽어 내려갈 여유가 생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럼에도 영장에는 혐의사실,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와 신체, 유효기간이 각각 구획되어 기재되어 있고, 그 칸들이 이후 절차의 한계선을 그립니다. 현장에서 붙들어야 할 것은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 종이에 적힌 문구입니다. 제시받은 시각과 제시 방법,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의 …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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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이 끝난 직후에는 기기에 남은 자료를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파일을 지우는 조작은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삭제는 흔적을 없애는 작업이라기보다 새로운 흔적을 남기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분석 단계에서는 남아 있는 파일보다 사라진 파일이 있던 자리를 더 오래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우면 없어진다는 생각이 어긋나는 자리 휴대전화나 컴퓨터에서 파일을 … 더 읽기
휴대전화 한 대에 담긴 정보는 통화와 메시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위치 이력, 사진이 만들어진 시각, 결제 내역, 애플리케이션이 자동으로 남긴 접속 기록까지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면 이 기기가 먼저 확보 대상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건 당시의 정황을 사람의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재구성할 수 있는 자료가 그 안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하려는 … 더 읽기
성범죄 사건에서 휴대전화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는 순간, 사건의 무게 중심은 두 사람의 기억에서 기계가 남긴 기록으로 옮겨 갑니다. 통화가 오간 시각, 메시지가 읽힌 시각, 사진이 만들어지고 백업된 시각은 진술과 달리 스스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형법 제297조가 정한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성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고소가 취소되더라도 수사는 그대로 이어집니다. 자료가 절차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과 그 자료가 … 더 읽기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이 처음 마주하는 것은 법리 판단이 아니라 절차입니다. 어디에 무엇을 접수하는지, 진술은 몇 차례나 하게 되는지, 제출한 자료가 어떤 경로로 기록에 남는지가 먼저 문제됩니다.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성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그것만으로 절차가 종결되지 않습니다. 절차의 뼈대를 알고 있으면 각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하게 되는지가 … 더 읽기
판사출신변호사, 수원판사출신변호사 손에 녹음 파일이 있다는 사실과 그 파일이 증거로 쓰인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파일이 존재해도 확보 경위에 문제가 있으면 판단 자료로 올라가지 못하고, 내용이 분명해도 누가 언제 말한 것인지 확정되지 않으면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사진이나 화면을 갈무리한 이미지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무엇이 충족되어야 자료가 자료로 기능하는지를 먼저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녹음이 허용되는 범위와 금지되는 … 더 읽기
하나의 행위에 여러 법조가 검토되는 이유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적용 법조가 하나로 정해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의 카메라등이용촬영 조항이 출발점이지만, 촬영 대상과 장소, 이후의 행위에 따라 다른 조항이 함께 올라옵니다. 같은 행위를 두고 여러 법조가 검토되는 것은 각 조항이 보호하는 대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죄명이 바뀌면 법정형과 부수처분도 함께 바뀝니다. 경계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 더 읽기
처벌불원 의사가 갖는 법적 위치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뒤에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합의입니다. 다만 합의라는 말은 법률 용어가 아니라 여러 성격의 약정을 묶어 부르는 표현이어서, 실제로 무엇이 정리되었는지는 문서의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야 드러납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와 손해를 배상하기로 한 약정은 성격이 다르고, 두 가지가 한 장의 서면에 함께 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벌불원 … 더 읽기
연락을 받은 시점에 자료의 수명을 먼저 살핍니다 경찰에서 출석을 요구하는 연락이 오면 사건은 이미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상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신고 내용이 접수되어 있고, 상대방의 진술이 한 차례 정리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 당사자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대개 자신의 기억과 휴대전화뿐입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의 성질이 서로 다릅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 더 읽기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거나 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행동은 휴대전화를 정리하는 일입니다. 대화방을 나가고, 사진첩에서 몇 장을 지우고,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면 그 흔적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자료가 저장되고 지워지는 방식은 종이를 찢어 버리는 것과 구조가 다릅니다. 지웠다고 생각한 자료가 남아 있는 상황과, 남아 있지 않더라도 지웠다는 사실 자체가 … 더 읽기